에스토니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지휘자 파보 예르비(Paavo Järvi)가 그라모폰 클래식(Gramophone classic)이 선정한 ‘2015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로 선정되어 지난 9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시상식에 참여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이자 클래식 음악계의 수퍼스타인 마에스트로 파보 예르비는 에스토니아의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의 장남으로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태어나 탈린음악원(현 탈린음대)에서 지휘와 타악기를 공부했으며 1980년 미국으로 이주해 커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오케스트라를 두루 거치며 급속도로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신시내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현재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일본 NHK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아 유럽과 북미,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장남 파보 예르비와 차남 크리스티안 예르비(Kristijian Järvi)를 모두 세계적인 지휘자로 키워낸 아버지인 네메 예르비(Neeme Järvi) 역시 지휘계의 거장입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태어나 탈린음악원과 러시아 레닌그라드 음악원(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네메 예르비는 30대의 시절 이미 에스토니아를 넘어서 구소련 최고의 지휘자 반열에 올라섰으며 로마 산타체칠리아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 한 후에는 동구권을 넘어서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까지 활동무대를 넓혔습니다. 1980년 구소련 통치하의 조국 에스토니아를 떠나 세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동시에 두 아들 파보와 크리스티안을 세계적인 지휘자로, 외동딸은 플루티스트로 길러낸 그는 자유를 되찾은 고국 에스토니아로 돌아와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에스토니아 국립 교향악단(이하 ERSO)의 예술감독으로 다시 취임해 에스토니아 음악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파보 예르비 역시 부친이 이끄는 ERSO의 예술자문을 맡아 바쁜 일정 중에도 자주 탈린을 찾아 이 악단을 지휘를 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 에스토니아에서 ‘예르비 지휘 아카데미’와 ‘패르누 음악축제’(Pärnu music festival)를 개최하며 고국의 음악발전에 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아버지 네메 예르비가 이끄는 ERSO에는 한국인 클라리네티스트 이수영씨가 수석으로 재직하고 있고, 아들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패르누 음악축제 오케스트라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자스민 최(Jasmine Choi, 최나경)가 수석 주자로 참여하고 있어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마에스트로 네메 예르비의 귀향 이후 에스토니아 음악계는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황금기를 달리고 있으며 그 여파는 탈린음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탈린 콘서트홀에서 유럽 정상급의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선발되어 온 젊고 실력 있는 교수진의 유입, 다양한 연주 참여 기회 등을 통해 교육의 질 역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