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2020년 7월 석사과정 이석연 졸업생의 글) 

복잡하고 혼란한 현재 상황에서도 에스토니아 음악 연극 아카데미에서의 석사과정을 예정대로 졸업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다른 한국 친구들도 모두 최선을 다하여 졸업시험을 준비하고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도 코로나라는 전혀 경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학생들이 제대로 졸업을 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을 것입니다. 에스토니아도 코로나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특히 저의 선생님은 연세도 많으셔서 저도 상당히 걱정을 하였지만 정부와 학교의 적절한 대처로 학교 안의 사람들은 피해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그 점 매우 감사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네요. 2년 동안 짧다면 짧고 길 수도 있는 시간 동안 제가 에스토니아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며 느낀 좋은 점을 말해 볼까 합니다.

첫째로, 학교가 있는 수도 탈린에서 주로 학생들이 거주하고 통학하는데 대체로 도시가 매우 안전합니다. 저는 거의 오후 11시까지 연습실을 사용했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생활을 했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밤 10시가 넘어도 대낮이기 때문에 거리를 활보해도 안전한 편이었고, 학교와 기숙사가 함께 붙어있지는 않지만 약 20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고 학생들에게는 대중교통이 무료인 것도 참 좋은 점입니다. 2년 동안 특별히 기분 나쁜 인종 차별 같은 상황도 겪지 않아 좋았습니다. 미국과 비교해서 운전을 해야 한다든지 총기 소지 같은 문제는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고 어린 학생들이 유학을 와도 본인들이 성실히 학업에만 집중한다면 딱히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학교 시설이 매우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고 특히 한국의 음대보다 연습실의 방음이 허술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연습실은 보통 평일 8시부터 11시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약 80 프로 이상의 방음을 대부분 방마다 갖추고 있고 레슨실의 두 대의 피아노는 콘서트 사이즈로 각 방에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음대가 전문 연주인을 기르기 위해 상당히 신경 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전에 미국에서 시설이 좋은 편에 속하는 명문 학교들을 방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학생 수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위생 상태라든지 피아노 조건이 여기보다 좋지는 못했습니다. 연습실은 피아노를 공부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그리고 피아노과로서 좋은 점은 상당히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졸업 시험 외에 매 학기 30분 가까이 연주해야 하고 그것은 실기 시험으로써 평가받게 되고 또한 에튀드 과제가 따로 있어서 테크닉적인 면을 소홀히 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오는 다소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볼 수 있었지만 졸업할 때는 저 또한 이전보다 테크닉적인 면에서 많이 향상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시험을 치른 후에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회의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 무엇이 부족한지 좋은 점인지 자세히 서로 토론하고 평가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심지어 곡을 다 듣지 않는 학교도 많고 점수는 듣는 즉시 매겨지는 경우가 보통인데 훨씬 교육적이고 올바른 모습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의 교수님은 정말 아낌없는 레슨과 관심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어주셨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영어, 러시아어는 기본적으로 하시고 저의 교수님은 70대이신데도 독일어, 핀란드어까지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시고 이런 모습은 북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점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에스토니아어를 따로 배울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이  유학을 온 나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인 부분과 언어를 학생들이 조금씩은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공부하셨고 Maria Grinberg에게 사사하셨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Emil Gilels 등 러시아 피아니즘을 공부하신 분들이 많고 젊은 분들 중에는 영국, 프랑스에서 공부하신 분들도 있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티칭 스타일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선생님과 제자 사이는 수직적이고 어려울 수도 있는 관계라고 느낀 바 있었는데 이것은 음악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죠. 저의 선생님은 학생을 차별 없이 모두 아껴주시고 자신의 일을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또한 유학 온 학생들에게 더 오래 신경 써서 가르쳐 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제가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성의 없는 선생님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선생님은 피아노 역사학 강의도 하셨기 때문에 배경지식도 방대하셔서 평소 음악적으로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이 연주가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음악적인 저의 소신을 대부분 들어주셨고 부족하면 이메일로도 계속 소통을 해왔고 그것은 제가 정신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만들었고 저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신 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고, 이렇게 존경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피아노과는 원한다면 두 명의 피아노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는 처음에 도착했을 때 이러한 시스템을 몰랐는데 많은 학생들이 두 명의 선생님께 사사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도 있겠지만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부가적으로 피아노 반주와 챔버 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데 이 수업을 통해 음악적으로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피아노 전공으로서 전문적으로 반주를 배워 볼 기회가 없었는데 반주와 챔버 분야를 전문적으로 전공하신 선생님들한테 배우면서 솔로 연주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반주와 챔버도 피아노처럼 마스터 클래스를 받을 수 있어서 열정이 있다면 얼마든지 경험을 가질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챔버 전공으로 공부를 더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 특히 자국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대부분 솔로뿐만 아니라 더 넓고 더 오래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외에도 자신이 준비가 잘 되어있다면 유럽 내의 많은 콩쿠르에 참가할 기회가 있고 학교 내에서도 콩쿠르와 마스터 클래스를 매 학기 열고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 챔버, 장학금 콩쿠르, 마스터 클래스 등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참여하길 학교도 격려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특별한 제한 없이 일본, 오스트리아,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선생님들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실기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레슨을 두 번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게으르게 연습할 수 없었고, 첫 시간에 곡을 외워서 들어가야 하는 경우에 속했기 때문에 레퍼토리도 한국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상이 유학 경험이 전무한 저의 입장에서 2년 동안 느끼고 경험한 북유럽 에스토니아 음악 아카데미에서의 피아노 공부의 좋은 점들입니다.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나라에서 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있어서 놀라웠고 깨끗하고 좋은 자연을 가진 에스토니아에서 건강하게 2년을 보내서 만족하고 분명히 이러한 점들에 맞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